테디의 눈앞에는 뚜껑 열린 맨홀이 있었다. 하수도를 관리하는 작업자가 무사히 드나들 수 있도록 원통형의 한쪽 벽면에는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그의 존재를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맨홀의 뚜껑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야에 들이차는 것은 온통 깊은 구렁이다. 시어도어 델핀은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빗줄기를 대신 눈에 담았다. 숱한 악몽이리라. 기분을 달래기 위해 깨끗이 씻고 시집을 내내 읽다가 잠들었음에도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악몽과 마주하자 이제는 될 대로 되어라 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엘리의 기일일 터였고, 테디는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그 날이 되면 늘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혼자 술을 마시고 연거푸 담배를 피워댔다. 엘리와 지낸 짧은 6년간 있었던 일들을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했고 그 애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운지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했다. 가족들은 자신이 엘리에게 소홀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사고가 있었던 이후로 한평생 장례의 상주로서 살았다. 악몽은 일상적이다. 다시 내려다보면 그 너머에는 피 웅덩이 위에 누워있는 엘리가 있을 터다. 테디는 고개를 내렸다. 여전히 깊은 구렁은 테디에게 시커먼 하수도만을 허락할 뿐 다른 것은 보여주지 않았다. 매번 꾸던 꿈과는 달랐다. 테디는 빗소리 사이로 숨어든 낯선 소리를 찾아낸다. 젖은 손이 젖은 사다리를 붙잡는 것만 같은 소리, 누군가의 거침 숨, 그리고 낑낑거리며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디는 숨을 삼키며 깊은 구렁을 내려다본다.
뚜껑이 열린 맨홀 위로 작고 가냘픈 손이 솟아오른다. 마른 손은 힘겹게 땅을 짚고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시어도어 델핀은 숨을 삼키고 저것이 올라오지 않기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기를 내심 바란다. 올라올 이가 누군지는 안 봐도 뻔했다. 이런 식으로 나를 괴롭혀야 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테디는 울음을 참지 않고 터트리며 바닥을 짚은 작은 손을 짓밟았다.
짧은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땅 밑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 누구 있어요?”
“……”
“저 좀 꺼내주세요. 여긴 너무 어둡고 축축해요.”
“…….”
“도와주세요.”
목소리의 주인은 울고 있었다. 테디는 구멍을 내려다봤다. 무척이나 낯익은 얼굴이 거기 있다.
“너는 누구야?”
테디가 묻는다.
“나는…….”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난 시어도어는 손만을 뻗어 옆자리의 온기를 찾았으나 붙잡히는 거라곤 그날 낮에 방을 청소하며 새롭게 바꾼 침대 시트뿐이다. 엘리엇의 기척은 없었다. 테디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여섯 시 사십칠 분이었고, 다시 잠들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에 말끔히 씻은 게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서늘한 새벽바람이 스며들어왔기에 테디는 짧게 몸을 떨고 창문을 닫는다. 내가 이 창문을 언제 열었더라. 테디는 곰곰 생각하다가 우선은 깨끗하게 몸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갔고 오늘은 엘리의 기일이다. 오전부터 델핀 가족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적어도 테디가 기억하는 가족들의 규칙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 또한 그 바쁜 일상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지.
악몽을 꾸며 흘린 식은땀과 함께 미련하게 들어 붙어있던 졸음 기를 고인 물로 씻어내니 기분이 좋았다. 테디는 가져온 짐가방에서 가장 말끔한 옷을 꺼내 들고 하나하나 입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려고 하였으나, 엘리엇과 머물렀던 방에는 거울이 없었기에 테디는 그의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혀를 차며 자신의 방으로 간 테디는 거울 위에 두껍게 덮인 모포를 보고는 저게 언제부터 저기 있었을지를 가늠하다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모포를 거두었다 드러난 거울의 상으로 그가 맺혔다. 시어도어 델핀은 부족한 자신감과는 별개로 자신이 얼마나 보기 좋은 형상인지를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진갈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뒤로 어느 정도 넘기고, 도톰한 눈썹을 매만지며 그는 자신의 눈동자가 초록빛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손을 댄 담배와 음주도 그에게서 아름다움을 앗아갈 수는 없었다. 건강한 기운이 맴도는 밝은 피부 색조와 그 끝이 둥글게 마감되어있는 콧날, 부드럽게 다물려있는 얇은 입술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비교적 잘 들어오는 부분은 아니었으나, 그 끝이 밑으로 향해있는 눈썹과 예민한 성정을 못내 숨기지는 못하는 눈매에 이따금 깃드는 우울한 빛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을 무척이나 쉽게 해내었다. 단단하면서 부드럽게 잘 깎여있는 턱 또한 그랬다. 만성적인 피로를 알리듯 눈 밑에 희미하게 드려진 눈그늘조차 그를 장식하는 도구였고 그 모든 것들을 거울에서 확인한 테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이는 끝났고 역할은 돌아왔다. 나는 시어도어 “테디” 델핀이고 리버풀의 집에, 동생 엘리엇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 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라곤 그뿐이다. 내가 나라는 사실.
흰 와이셔츠 정장에 검은색 면바지를 입은 테디는 그 위에 검은 재킷만 걸친다면 완벽하게 상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처럼 보였다. 전날 밤 쏟아진 비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리버풀의 하늘은 화창했다. 테디는 재킷을 걸치지 않고 가볍게 집어 든 뒤 계단을 내려갔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난 창밖으로 멜리사의 모습이 보였다. 멜은 상앗빛의 잠옷만 걸친 채로, 한 손에는 나뭇가지를 들고 나뭇가지의 끝이 땅을, 정확하게는 집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게끔 한 뒤 느린 발걸음으로 집 주변을 돌면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테디는 창문을 두드려 멜리사를 불러봤지만, 멜리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집 주변을 도는 걸음을 이어나갔다.
의아함을 품고 1층에 도착하자 집안이 죽은 듯 조용했다. 테디는 거실로부터 난 복도로 고개를 돌렸다. 왼쪽 끝 방에 있는 고모가 지금쯤 깨어나셨을지 아직도 주무시고 계실지는 모르겠다. 젊을 때만 하더라도 고모는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점심을 정리하는 와중에 깨어난 고모는 늘 숙취를 호소하였다. 일흔 살이 넘은 지금은 그와는 다를 거로 생각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테디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모를 부르는 대신 부를 수 있는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엄마.”
집안은 적막했다.
“아빠.”
테디의 목소리가 울릴 정도로.
“엄마, 아빠. 집에 있어요? 오늘은 중요한 날이잖아요.”
테디의 목소리는 벽 이곳저곳을 부딪쳐서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다. 테디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뱃갑을 꺼내 들고 그는 집안의 현관문을 나선다. 마침 멜리사는 현관문 앞쪽을 돌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멜리사의 중얼거림은 들리지조차 않았다. 애초에 그게 단어인지 문장인지 알파벳의 단순한 나열인지조차도 모호했다.
“좋은 아침, 멜리사.”
멜리사는 대꾸하지 않고 눈동자만 움직여 테디를 바라봤다. 그만해도 감사한 인사였으므로 테디는 짧게 웃는다.
“어제는 나보고 발이 먼지투성이라더니 오늘은 네 발이 흙투성이네.”
멜리사는 집을 향하고 있던 나뭇가지를 고쳐 쥐어 테디 쪽을 향하게 한다. 테디는 그 움직임이 못내 불쾌하게 느껴졌다. 멜리사의 중얼거림은 점점 길게 이어지더니 한순간 탄성을 내뱉듯 숨을 큰 소리와 함께 뱉어냈다. 하!
“…….”
테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멜리사는 나뭇가지를 조심스레 땅에 내려놓은 다음 현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그는 어깨에 걸친 수건을 내려 자신의 흙투성이 발을 말끔하게 닦아냈다.
“어디 가?”
그제야 멜리사가 테디에게 묻는다. 테디는 엘리엇이 묻힌 안필드 공동묘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못 할 것 같은 말들을 미리 하기 위해서. 발을 다 닦아낸 멜리사는 테디의 손에 들린 담배를 흘끔 보고는 고개를 젓는다.
“담배 끊어.”
“노력 중이야.”
“노력하지 말고 당장 끊어.”
멜리사는 평소처럼 고압적인 말투를 사용했다. 그러나 고압적인 말투 속에 어딘가 두려움이 섞여 있는 것을 테디는 쉬이 알아차렸다. 테디는 현관문을 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멜리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있어?”
멜리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꾸했다.
“내가 애인 사귀고 있었다는 거 기억나?”
“틸튼이라고 했던가.”
전화를 통해서만 전해 들었다. 멜리사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운명의 짝을 만났다며 요란하게 전국 방방곡곡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자신의 연애 사실을 밝히고 다녔다. 테디는 문득 불안해져서 물었다.
“싸웠어?”
“아니.”
멜리사는 테디가 들고 있는 럭키 스트라이크를 두드렸다.
“죽었어. 폐암 말기였지. 자기도 몰랐다나 봐.”
“맙소사, 멜리사.”
테디는 그가 악질적인 농담을 한 거였기를 바랐으나 멜리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했다. 멜리사는 슬픈 표정으로 테디와 시선을 마주치다가도 이내 바람 빠지듯 웃으며 자신의 슬픔이라는 것에 콧방귀를 뀌어댔다.
“이젠 괜찮아. 어쩔 수 없는 거였지. 날 만나기 전부터 그랬으니까 적어도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뭣보다 세상에 상실이라곤 그거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멜리사는 더 말하기 싫다는 듯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테디는 그를 붙잡지 못하고 매서운 소리와 함께 닫히는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엘리엇은 안필드 공동묘지에 안치되어있다. 입구 중앙에 높이 솟은 시계탑은 언제나 낯설면서도 동시에 기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시계탑의 시계는 제대로 움직였고, 덕분에 테디는 자신이 이른 새벽, 곱게 포장된 도로를 걷고 있다는 확신을 품는다. 엘리엇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는 눈을 감아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히 기억이 났다. 블라이스로 전학 가기 전까지는 노스 리버풀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나면 곧장 안필드 공동묘지의 엘리엇이 안치된 무덤으로 가 그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었기 때문이리라. 테디는 그 자리에서 동생에게 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이별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곤 하였다. 많은 사람이 무덤을 둘러싸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은 테디에게 어떠한 안정감을 주었고 이후에는 엘리엇에게 말을 건네는 것보다도 누군가 죽어서 이 공동묘지에 묻히지는 않을까 궁금해하며 높이 솟은 화장터의 시계탑을 똑바로 바라보고 걸었던 기억이 있다. 블라이스에서 입학식을 치르기 위해 데번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 엘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걸음을 옮기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타인의 장례를 지켜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어린 시절 테디에게 장례란 영영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확신의 절차였다. 시간이 흐르며 장례에 대한 이런 의식은 변하였지만, 그때 느낀 강렬한 감각―무어라고 단어를 붙이기가 조심스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날, 테디는 엘리엇의 묘비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블라이스 입학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 발표문을 꺼냈다. 잔디는 직전까지 내린 비에 젖어있었고 테디는 자신의 바지가 젖어감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제 발표문을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숫기 없고 우울한 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지만 소중한 누나 멜리사는 나를 정말 멋진 아이라고 가끔 이야기해주며 내 기분을 추켜세워 줬지만, 저는 진짜 멋진 아이가 누군지 알아요. 나는 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 사람과 역할을 바꾸어가며 놀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놀지 않습니다. 그러지 못하거든요. 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래 희망에 대해 적으라는 에세이를 받았을 때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뭐가 되면 좋을까?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시인이 될 거예요. 어렸을 때, 저는 그 사람과 함께 노래를 자주 부르고 노래에 대해서,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거든요.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때면 말로 할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적고, 그 내용을 적은 종이를 구깃구깃 접거나 찢어서 상자에 담아둔 뒤 불구덩이에 던져 넣곤 했어요. 어쩌면 시인이 될 자질은 거기에서부터 있었던 게 아닐까요? 시인이 되기 위한 노력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읽고, 그리고 그 사람을 많이 생각할래요. 시간이 지나도 이건 변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바라는 직업은 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 사람처럼 멋있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상, 시어도어 델핀. 발표 마칩니다.”
엘리엇에게 하는 이야기였으므로 떨거나 긴장하지 않았고, 청자라고는 엘리엇뿐이었으니 시인이라는 부분에서 무례하게 비웃는 애들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발표는 예전에 이미 끝낸 것이었으므로 수업 끝에 자신을 불러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집을 건네는 선생님도 없었다. 테디는 발표문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는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에겐 소중한 의미로 남는 선물이었다. 이상했다. 가끔 소중한 것들은 자신을 어디 멀리 도망가게 만들어버린다. 테디는 어쩌면 정말 이상한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불안에 시달리다가 고개를 빠르게 젓고 생각을 날려버린다. 지금은 엘리엇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할 때였다.
“엘리. 내 데번으로 간디.”
엘리엇은 땅에 묻혀있었으므로 대답을 할 리 없었고, 테디는 지금까지 숱하게 방문해왔으므로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데번으로 가믄 집으로는 앵간치 안 올 기다. 그건 미안타. 용서해도. 가능만 하면 마, 니 대가리 파내가 옆구리에 끼고 가고 싶다만은, 그기 되면 입학은 취소당하겄제?”
테디는 드물게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었다. 리버풀에 해가 비춘다. 11학년을 목전에 둔 시어도어는 그러고 보니 엘리를 묻을 때 화장을 하고 묻었던가 생각한다.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 모두가 거기에 반대했음을 기억한다. 테디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고 엘리엇의 비석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사랑하던 엘리, 축복을 받으며 이곳에 잠들다.’ 테디는 묘비에 적힌 글자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엘리엇 또한 동의할 것이다.
“니테 편지 매일 할게. 서운해하지 마라.”
테디는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일기를 쓸게.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잔뜩 적을게. 널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너는 어디서든 내 가장 소중한 친구일 거야. 많은 말을 했고, 집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테디는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엘리엇을 돌아보았다.
“니 안 죽고 살아있었으믄 니캉내캉 같이 입학했을 수도 있었을긴데.”
테디는 담담하게 말하곤 잠시 생각하듯 입을 다물었다. 이어지는 말은 조금 느리게 흐른다.
“거서 역할 바꾸기 놀이 오랜만에 하믄 마 기가 막혔을기다.”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기에, 테디는 ‘뭐라노. 미친나.’ 하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이후로는 기숙사 안이 아닐 때는 아이리시 억양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떻게든 근사해 보이고 싶었던 그의 노력은 입학 첫날, 신입생 환영 선서문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어쨌거나 엘리엇은 여전히 여기 있을 터였다. 이제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시체가 의식을 갖고 무덤을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 왼쪽에, 그리고 열병으로 죽은 어린아이 앨리스 위들턴의 오른쪽에 그가 누워서 영원한 잠에 빠져있겠지. 테디는 익숙한 돌길을 걸으며 엘리엇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천천히 떠올렸다. 최근 네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 너는 여전히 내게 가장 큰 의미를 남기는 인물이야. 가족들이 이상한 것 같아. 네가 날 도와줄 수 있을까? 혹시나 역할을 바꾼 게 아직도 유효하다면 다시 돌려놓자… 여러 문장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맥락 없이 떠올랐다. 테디는 익숙한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묘비에 적힌 글자들을 읽어내느라 걸음이 더뎌졌다. 용맹한 전사 체스터 헤리엇이 잠든 묘를 지났고 사랑스러운 어머니 메어턴의 영원한 평안을 기리는 묘비를 지나자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가 나타났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 칸을 지나면 앨리스 위들턴이 열병을 앓지 말고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는 묘비가 있다.
테디는 뒤로 한 칸 돌아갔고, 그곳에는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가 있었다. 다시 테디는 앞으로 한 칸 나아간다. 앨리스 위들턴이 병도 슬픔도 없는 세계에서 즐겁게 뛰놀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남아있다. 테디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로 한 칸 돌아갔고, 그곳에는 미리엄 부부의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자식들의 편지가 남아있었다. 테디는 점점 가빠오는 호흡을 다듬으며 앞으로 한 칸 나아간다. 그곳에는 앨리스 위들턴에게 바치는 수많은 꽃이 놓여있었다.
엘리엇은 여기 있을 터였다. 그가 기억하기로, 매일같이 찾아온 그가 완벽하게 기억하기로는 엘리엇은 이곳에 있었다.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와 앨리스 위들턴의 무덤 사이에. 사랑스러운 소년 엘리엇이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묘비가 있었다.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 왼쪽에는 앨리스 위들턴의 무덤이 있었고 앨리스 위들턴의 무덤 오른쪽에는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가 자리했다. 어딘가 이상하다. 이상한 게 아니라 기괴했다. 테디는 결국 짧게 탄성을 내지르듯 비명을 뱉었다.
엘리엇이 사라졌다.
테디는 석양의 무법자라도 된 기분으로 안필드 공동묘지의 모든 묘비를 살펴보았고, 화장터로 찾아가 최근 화장된 시체 중 엘리엇 델핀이라는 이름이 있는지에 관해 묻기도 했다. 엘리엇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미리엄 부부의 공동 묘와 앨리스 위들턴의 사이로 돌아온 시어도어는 심각한 표정으로 두 무덤의 사이, 아주 좁다랗게 나 있는 공간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무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무덤이 한 칸씩 옮겨가려면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할지에 대해 생각했고, 마침내 그런 생각이 전혀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뒤에는 그저 엘리엇이 사라졌다는 명확한 사실만이 남았다. 엘리엇은 여기 있어야 했다. 미리엄 부부와 앨리스 위들턴의 사이에.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이곳에 그가 있어야 했다.
자리에 주저앉아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던 테디를 부른 것은 낯설고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흰 수염을 기르고 수단을 얼기설기 기른 신부는 두 무덤의 사이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테디를 바라보고는, 어딜 봐도 사십 대가 넘었을 것으로 보이는 그를 “학생!”이라고 불러 현실을 더더욱 혼동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가까이 다가온 신부는 눈물로 젖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 “아이고, 이런.” 하며 짧게 탄식한다.
“예전에 매일 찾아오던 그 학생 맞지?”
“저를 기억하세요?”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테디가 물었다. 신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기억하고말고. 맙소사, 자네는 나이를 좀처럼 먹질 않는구먼. 이제 서른쯤 됐나?”
세상에, 늙은 신부는 시간 감각조차 잃은 게 분명했다. 테디는 고개를 젓는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던 게 조금은 가라앉았다. 신부는 나이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고 테디가 바라보는 곳, 정확하게 미리엄 부부 공동 묘와 앨리스 위들턴의 무덤 사이를 바라본다.
“엘리엇 델핀의 무덤과 관은 옮겼네. 옮겼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겠군. 자세한 사항은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자네 얼굴은 봐서 기억하고 있었지. 누구길래 한 사람한테 그렇게나 사랑을 받는지, 이름은 누군지 확인해보려고 몇 번 찾아와 봤다네. 그래서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고.”
“제 얼굴은 어떻게….”
“매일같이 와서 매장하는 광경을 훔쳐보는 어린애를 기억 못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먼저 말을 못 걸었다는 사실이 신부로서는 더없이 부끄러운 일이야.”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자신을 노먼이라고 소개한 신부는 가볍게 덧붙였다. 그 이름을 듣고 나서야 테디는 몇 번이고 훔쳐봤던 타인의 장례 절차에서 기도문을 읊던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젊고 매끈한 낯의 신부는 어느새 흰 수염을 늘어뜨린 후덕한 외모로 변모하였다. 그러니 못 알아볼 수밖에. 하지만 외모가 바뀌면서도 그의 시선 안에 담긴 총명한 빛은 여전하였다.
“아무튼, 엘리엇 델핀의 무덤을 찾고 있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무덤과 관은 옮겨… 아니지, 무덤은 없애고 관은 가족들이 가져갔다네. 그들이 따로 절차를 치른 후 사유지에 묻겠다고 주장했던 것을 기억해. 자네에겐 이야기해주지 않았나?”
테디는 숨을 삼켰다. 어느새 눈물은 쏙 들어가다 못해 바짝 말라버렸다. 테디는 대꾸하지 않고 신부의 말을 유념해서 들었다. 신부는 침묵을 부정으로 받아들이고는 짧게 한숨을 내쉰다.
“엘리엇 델핀의 관을 꺼내서 차에 싣는 모습을 내가 보았지. 이후 담당자와 얘기를 나눠보니 자세한 사정은 설명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진행했다는군. 내 듣기로는 가족들이 다들 무언가에 쫓기듯 바빠 보였다는데. 짚이는 게 있나?”
가족의 일을 처음 듣는, 이제는 방문객보다 못한 외부자가 고개를 젓는다. 신부는 탄식하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찾아왔다면, 집으로 가보시게. 가끔은 마주해야 할 것도 있는 법이야.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답해주지 않겠나?”
“그렇겠죠.” 무미건조한 투로 대답했지만, 신부는 대답을 들은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감사해요. 테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부와 악수를 하고는 안필드 공동묘지를 떠났다. 집으로 향하기 전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집에는 고모가, 엄마와 아빠가, 그리고 멜리사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엘리엇이 있다.
그래, 집에는 엘리엇이 있었다. 에버턴 변두리의 넓은 집에, 마당을 끼고 있는 체스터 형식을 개조한 하우스에, 그 붉은 벽돌 안에, 뾰족하게 솟은 지붕의 용마루 밑에 엘리엇은 잠들어있다. 계절에 맞춰 꽃이 자라나고 민트와 로즈메리를 키우는 정원 밑에 잠들어있을지, 가족들이 모여 TV로 브리티시 갓 탤런트의 무의미한 재방송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거실의 터키시 카펫의 밑에 깔려 삐걱거림을 숨기는 마룻바닥 밑에 잠들어있을지, 매일같이 아무도 찾지 않는 버터 스카치 파이를 구워내는 부엌 밑바닥에 잠들어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엘리엇이 줄곧 집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복도의 옥스민스터 카펫 아래에 잠들어있을 수도 있었고, 계단 밑의 청소 도구함 밑바닥에 잠들어있을지도 몰랐다. 테디가 줄곧 만난 것은 어쩌면 자신의 기억으로 직조해낸 엘리엇의 허구가 아니라 진짜 엘리였을지도 모른다. 엘리는 집에 있다. 그는 줄곧 집에 있었다. 누군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안필드 공동묘지를 떠나 떡갈나무 관과 함께 집으로 왔다. 지금 집에는 고모가, 엄마와 아빠가, 그리고 멜리사와 엘리엇이 있었다. 테디가 도착하는 순간 가족은 완성되었다. 엘리엇이 거기 있다. 그렇지만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세 번째 럭키 스트라이크를 꺼내다 말고 테디는 연기와 한숨을 뱉으며 담배를 집어넣었다. 그날 아침까지는 엘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라리 런던으로 바로 도망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는 이제 도망갈 수 없었다. 가족들이, 다른 가족들보다도 엘리엇이 그를 놓아주어야 그는 런던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엘리엇은 집의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의 붙박이 가구 밑에 있을 수도 있고 테디가 잠들었던 방에 숨은 공간이 만약 있다면 거기에 누워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멜리사의 방에 숨겨졌을 수도 있고 엘리엇의 온전한 형태가 아닌 그의 팔과 다리, 두개골과 손과 발, 그리고 척추와 골반 등으로 이리저리 흩어져 온 집안에 완연히 자신의 존재감을 심겨두었을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면 다락방에 잠들어있겠지. 집의 용마루 밑에. 평온한 천사처럼 잠들어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할 때 즈음 테디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왔다는 인사는 없었고 다녀왔느냐는 환영도 없었지만 지금 같은 순간에서는 오히려 가족들이 집을 비운 것이 더 반가웠다. 테디는 계단을 급히 올라 2층 복도의 왼쪽 끝과 아주 가까운, 다락으로 이어지는 천장의 문을 확인하고 손을 뻗어 닫힌 문을 열었다. 열린 문 위로 먼지가 비처럼 쏟아진다. 다락의 문이 열리자 서재를 비롯한 2층의 열려있던 모든 방문이 일제히 소리를 내며 닫힌다. 테디는 문에 부착되어있는 낡은 나무 사다리를 펼치며 연신 콜록거렸다. 나무 사다리는 올해로 삼백 년 정도 묵은 것처럼 보여 그가 오르기에는 다소 위태로워 보였지만, 지금은 의지할 수 있는 게 그뿐이었다. 테디는 사다리를 끝까지 내리고 조심스레 발을 얹는다. 사다리는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듯 삐걱삐걱 비명을 질러댔다. 시어도어 델핀은 발에 힘을 주고 사다리를 한 칸씩 오른다. 세 칸쯤 오르자 유난히 낡았던 사다리가 결국 테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나버리고 만다. 테디는 겨우 팔을 뻗어 다락으로 이어지는 바닥을 짚었다. 힘을 주어 도약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테디는 손등에서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져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람이 없는 집안은 어두웠고 머리 위에선 여전히 먼지가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테디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무게를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
인기척은 있으나 답은 없다. 테디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말을 뱉었다.
“저 좀 위로 올라가게 해주세요. 확인해 볼 게 있어요.”
“…….”
“제발 도와주세요.” 테디의 목소리에 어느새 울음기가 묻는다. 저 위의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테디는 다락방 위로 겨우 고개를 내밀었고, 그와 마주한다. 다락방 바닥은 젖은 아스팔트처럼 축축했고 머리 위로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둥그런 맨홀 뚜껑에서 겨우 기어 나와 그와 마주했다. 이제 겨우 일곱 살 된 시어도어 델핀은 노란색 우비를 입고 마흔두 살의 테디 델핀과 눈을 마주친다. 어리고 겁이 많고 숫기 없는 아이는 짧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테디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먼지와 비를 뒤집어쓴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눈에 뻔했다. 어린 테디가 도망가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는지, 테디는 이해할 수 없다. 슬쩍 밑을 내려다보면 맨홀 밑바닥에 피 웅덩이가 있었지만, 엘리엇은 없었다. 어린 테디는 겁에 질렸지만, 최대한의 용기를 내 울며불며 그에게 물어왔다.
“아저씨, 엘리 어딨는지 알아요?”
“모르겠어. 나도 찾고 싶어.” 마흔두 살의 테디 델핀이 대꾸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린 테디에게 묻는다.
“엘리엇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못되게 굴어가 미안타고 할라고요. 만약 보면 퍼뜩 집으로 오라고 해주이소.”
“알았어. 그렇게 전해줄게.” 테디는 아이리시 억양을 숨길 방법을 모르는 아이에게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이 딱 달라붙은 것만 같았고 아이가 질문할 때에나 비로소 목구멍이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테디는 눈물을 닦아내며 고맙다고 말했고,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초록색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근데… 아저씨는 누구예요?”
“나? 나는…”
나는 너야. 테디는 대답을 마치지 못하고 두 팔에서 힘이 빠져 그대로 복도 바닥에 추락하고 만다.
시어도어 델핀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모드가 운영하는 펍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고, 하나같이 기억하는 얼굴임과 동시에 이야기로만 전해 들은,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 지금이나마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좌석에 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블라인드가 드리워진 유리 벽 앞에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테디의 앞에는 스탠드 마이크가 그의 키에 맞춰 놓여있었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의 손에는 수상작-역할 바꾸기 놀이라는 제목 밑으로 자신이 적은 시 전문이 있었다. 테디는 박수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이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날은 서른일곱 살의 11월 8일이었고 11월 1일, 마지막으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투고한 시가 수상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들을 얼싸안고 뛰어다니다가 엉엉 울었던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밤이었다. 테디는 모든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반갑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익숙한 친구들이랑 그리고 낯선 분들.”
테디가 인사하자 짧은 환호성이 있었다. 그는 기쁨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고 싶었으나 벌써 울 수는 없었다. 시가 아니라 멘트를 종이에 적어둘 걸 그랬어. 짧게 생각하고 웃는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이 모이게 된 건, 제 인생 처음으로 자작시를 많은 사람 앞에서 낭송하는 걸 듣기 위함이에요. 대부분은 모드가 불렀죠. 그리고 로즈도 도와줬고요. 둘 없었으면 그냥 행운의 편지라도 되듯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친구들이 있는 곳 여기저기에 편지로 이 우울한 시를 보내야 했어요. 그것보단 이게 낫죠?”
사람들은 짧게 웃었고, 테디는 이제 알았다면서 더 재미없는 농담은 하지 않겠다고 간만에 너스레를 떤다. 낯에서 웃음기를 거둔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시는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혔던 것에 대한 시에요. 동시에 너무나도 소중한 것에 관한 내용이고요. 우울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주변에선 다 그렇다나 봐요. 제목은 ‘역할 바꾸기 놀이’입니다.”
짧은 박수와 함성, 그리고 조용히 하라는 모드의 손짓으로 일제히 잦아든다. 테디는 고갯짓으로 인사를 보내고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기 시작한다.
폭우는 역류하네
여태 왔던 길을
노란 우비 뒤집어쓴 아이의 등을 따라
익숙한 길 위를 적시며 달려나간다
어디선가 비명이 들리고
어디서는 사이렌 소리가
그리고 내 밑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커먼 구덩이가 아가리를 연다
나 보았네, 그 깊은 구렁
솟아오르려 애쓰던
가냘픈 팔목은 예전
누군가의 것이었나
내 살과 지나치게 닮은
그 애의 무덤은 절대 잊히지 않으리
폭우는 역류하네, 여태 왔던 길을
리버풀 하늘 위로
영원히 구름을 드리우며
나의 소년은 여기 맴도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곧 바 안의 모두가 어찌 되었든 박수를 보낸다. 테디는 여기저기에 고개를 숙여대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뒤풀이에 남은 이들과 함께 테디는 엘리에 관해 이야기했고, 길고 긴 축하와 장례를 진행한 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드러누운 테디는 이것이 꿈이 아니기를, 그리고 오늘-어제 같은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시어도어 델핀은 두통을 호소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리버풀의 집, 엘리엇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테디의 코끝에 피칸 파이 냄새가 맴돌았다. 몸을 뒤척이자 그의 상처를 살피던 엄마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일어났구나.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었어도 제법 위험했단다. 바닥에 카펫을 깔아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마치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듯 담담한 투로 이야기하는 엄마의 모습이 소름 끼쳤다. 테디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고 델핀 부인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천장을 바라본다.
“오래 잠들어있었나요?”
방 안의 시계는 멈춰있었다. 창문은 열려있었고 그 너머로 부슬비가 이따금 침범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창문을 열고 시계를 멈춘 뒤 거울과 그림, 그리고 시체를 천으로 덮고 입을 다물게 한다. 영혼이 어디에도 구속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언젠가 엄마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테디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오래는 아니야. 내가 가장 먼저 와서 널 찾을 수 있었단다. 아가. 곧 고모와 아빠, 멜리사가 돌아오겠지.”
“그 사람들….” 테디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으나 엄마가 짐짓 엄한 투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
“가족한테 그렇게 말하면 못 써.”
테디는 입을 다물었다. 델핀 부인은 부드러운 손길로 테디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고, 이마 윗부분에 난 상처를 부드럽게 건드리며 약간 따가운 느낌을 그에게 주었다.
“사다리에 머리를 부딪쳤더구나, 떨어지면서 말이야.”
“거기 위에 뭐가 있어요?”
테디가 물을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 정도의 질문에는 엄마도 그를 책망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명쾌하게 답을 내주는 것도 아니었다. 델핀 부인은 여전히 도자기 인형을 다루듯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자신의 둘째 아들을 간호할 뿐 특별히 조처하지는 않았다.
“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을 기억하니? 시어도어.”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델핀 부인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테디는 대꾸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머니는 지금으로부터 십몇 년 전 늦은 가을에 돌아가셨다. 아일랜드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심어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어머니였다고, 장례식장에서 비통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델핀 부인은 이야기했다.
“끔찍한 엄마였지. 우리는 사이가 좋다가도 나빠져서 싸우고 서로를 헐뜯고 미워하고 동시에 사랑하기를 반복했단다. 내가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시간 대부분에 나는 네 할머니의 불안에 시달려야 했어.”
먼 허공을 바라보며, 델핀 부인은 느릿느릿 말을 잇는다. 테디는 슬그머니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었지만, 이 자리를 벗어날 출구는 머리맡의 활짝 열린 창문이 전부였다. 그리고 창문은 언제든 엄마가 마음에 들면 닫아버려 테디를 두 동강 낼 수도 있었다.
“엄마로부터 내가 배운 건 스트레스와 투쟁하는 방법이었단다. 나에게는 사납게 굴던 마귀 할망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친절하고 다정한 숙녀이자 어머니로 둔갑할 때는 치가 떨렸지만, 나는 곧잘 그런 것도 배우곤 했었어.”
델핀 부인은 넌 어떻니? 라고 묻듯 테디를 바라본다. 테디는 그의 시선을 피해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가 나 좀 구해줘.
“그랬던 엄마가 죽고 나니까…. 세상이 의미가 없더구나. 엄마를 잃고 난 뒤의 세상은 그 이전의 세상보다 다채롭지 않아. 색조를 잃어버리고 말았지.”
테디는 전날 저녁 식사에서 고모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엘리엇이 죽은 이후 이 세상은 채도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그랬나. 그 말과 지나치게 닮았다.
“그때 깨달았단다. 아가. 이 세상에 상실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아래층에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집 안을 휘저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에 이 공간을, 이 상황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온 두뇌를 사로잡는다. 델핀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문이 끼익하며 열린다. 이 집에는 고모가, 그리고 미스터 앤 미세스 델핀이, 그리고 멜리사가, 마지막으로 엘리엇이 산다. 방문객으로는 시어도어가 있다. 집의 주인은 미스터 앤 미세스 델핀이며 그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권리를 지니는 건 고모다. 그리고 그들의 충실하고 눈치 빠른 하수인 멜리사가 있다. 엘리엇은 이 집 온 곳에 스며들어있다.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엘리의 존재를 테디는 느낄 수 있다. 엘리는 문 앞에 선 델핀 부인을 테디의 옆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바라본다. 테디는 고개를 돌려서 엘리와 눈을 마주친다.
“그렇지만 가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찾고 싶은 단 하나의 상실이 있단다.”
문은 끼익 거리다 못해 삐거덕거리며 요동친다. 테디는 델핀 부인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엘리엇만을 바라보았다. 사랑스러운 엘리는 테디가 할 말을 종용하듯 부드럽게 웃는 낯으로 언제까지고 테디를 바라본다. 테디는 결국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쉰 소리로 중얼거린다.
“역할을 바꾸자. 엘리.”
지금부터 이 집에는 고모가, 그리고 미스터 앤 미세스 델핀이, 그리고 멜리사가, 마지막으로 시어도어가 산다. 테디는 눈을 돌려 문을 바라봤고, 낡은 문의 경첩이 떨어져 델핀 부인의 위로 서서히 넘어간다.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돌아본 델핀 부인은 머리를 두꺼운 나무에 부딪쳐 그대로 쓰러진다. 가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자 아래층에서 일사불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시어도어 델핀은 몸을 일으켰다. 먼저 계단을 오르던 멜리사가 계단 밑으로 자신의 다리가 빠졌다고 비명을 지르자 고모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자신이 머물던 방으로 뛰어갔고, 그 순간 집안의 모든 문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닫힌 다음 문 너머에 못을 박듯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테디는 넘어진 문을 빙 둘러 방을 나갔다. 엘리엇이 그의 뒤를 따라 걸어 나왔고, 두 사람은 손을 붙잡았다.
“맙소사, 테디! 장난치지 말렴!” 겁에 질린 델핀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통에 허덕이는 멜리사를 지나쳐서 계단을 조심조심 올랐다. 카펫 위로 그의 못난 발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1층과 2층의 중간지점 창문 앞에 선 아빠는 테디를 올려다보았다. 테디는 델핀 씨를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락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로 시선을 돌렸다. 망가졌던 사다리가 천천히 시간을 되감듯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완성되려면 조금 걸릴 것이다. 테디는 이 집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어도어 델핀은 집에 왔다. 그는 지붕 용마루 밑에, 부엌의 오븐에, 거실의 TV에, 벽에 걸린 전화기에, 방 안의 라디오에 산다.
“아빠, 여기 위에 뭐가 있어요?”
테디는 한숨을 쉬듯 물었다. 미스터 델핀은 침을 꿀꺽 삼켰고, 엘리엇은 입술을 삐죽 내민다. 너도 알고 있지 않아? 엘리가 묻는 듯했지만 대꾸하지는 않았다. 아빠는 영영 대답하지 않을 생각으로 보였다. 테디는 사다리로 시선을 옮긴다. 나무로 되어있는 사다리는 튼튼했고 마치 어제 만든 것처럼 보였다.
“올라가면 안 돼. 테디. 날 믿어다오.”
테디는 아빠를 돌아보지도 않고 사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사다리를 잡자 델핀 씨의 등에 있던 유리창이 안쪽으로 깨졌고, 날카로운 파편들이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비명과 함께 미스터 델핀은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테디와 엘리는 어렵지 않게 사다리를 올랐고, 두 사람이 사다리를 완전히 오르자 다락의 문은 부드럽게 닫혔다.
다락에 난 창은 먼지가 잔뜩 끼어있었고, 마찬가지로 상앗빛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테디는 다락에 올라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엘리는 이것 좀 도와달라는 듯 먼지가 잔뜩 낀 창문 앞에서 기웃거렸다.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겠지. 그러나 동시에 테디는 자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와 엄마는 엘리만 좋아했고, 멜리사는 시어도어와 엘리엇 모두에게 엄하였으나 결국에는 엘리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언제나 엘리를 먼저 부르고 그다음으로 테디를 불렀다. 알파벳 순으로 부른 거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은 그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부터 테디는 엘리를 볼 때마다 그를 찢어서 잡아먹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곤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꼭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엘리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그럴 때마다 엘리는 웃으며 테디를 안아주었다. 엘리의 등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자 엘리는 뒤를 돌아보고는, 테디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어느새 테디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엘리는 그의 손을 잡아 이끈다. 빛이 닿는 곳 앞에 선 테디는 상앗빛 커튼을 뜯어내 먼지가 두껍게 붙은 창문을 닦아냈다. 희미하게 스며들던 빛이 좀 더 선명해진다. 리버풀의 하늘에 해가 떠올라 다락을 넓게 비추었다. 햇빛의 끝자락이 닿는 곳에 떡갈나무로 만든 관이 있었고, 그 위에 묘비가 덩그러니 누워있다. 엘리는 관과 묘비를 번갈아 살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테디.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엘리는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테디는 미안하다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희뿌연 시야를 달래기 위해 고개를 젓는다. 어딘가에 초나 성냥이 있으면 좋겠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자 구급차가 집 앞에 멈춰서는 모습이 보였다. 구조대원들이 뛰어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리사가 들것에 실려 나왔고, 그 뒤를 델핀 씨와 델핀 부인이 각각 뒤따랐다. 문이 굳게 닫힌 다락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테디는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은 느끼는 일에 더 가까웠다. 구조대원들이 제 안을 뛰어다니는 게 느껴졌으며, 그들이 불쾌한 것들을 자신의 내부에서 치워가는 것을 느낀다. 끼익 대는 문은 스스로 일어나 다시 경첩을 이어붙였고, 계단은 무너진 마루를 다시 하나하나 수복한다. 오로지 델핀 씨의 등에 박힌 유리창만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었는데, 그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맞물리지 않은 문들이 으레 그렇듯이 서서히 방들의 문이 열린다. 테디는 엘리에게 대꾸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고모가 맨발로 집안을 뛰어나오며 구급차 위에 올라탔다. 집에는 온전히 두 형제만 남는다.
“테디?” 엘리엇이 그를 보챈다. 테디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관을 향해 걸었다. 엘리엇은 이곳에 있다. 안필드 공동묘지와 화장터의 미리엄 부부 공동 묘와 앨리스 위들턴의 무덤 사이가 아니라. 에버턴의 붉은 벽돌집의 다락방에. 테디는 엘리엇이 말하지 않았어도 힘을 주어 관의 뚜껑을 연다. 이제 겨우 여섯 살, 어쩌면 일곱 살이 겨우 되어 보이는 아이의 유골이 드러난다. 긴 시간 동안 유골 또한 부식되어 가는 중이었지만, 그 형체는 이후에도 오래 건재하리라. 테디는 제 옆에 서서 자신의 뼈를 내려다보는 엘리엇을 한 번 살폈다. 엘리엇은 가볍게 웃으면서 다락방 내부를 천천히 돌았다. 리버풀을 비추는 태양 빛이 그를 좇았고, 그의 걸음이 닿는 곳마다 상앗빛 모포를 뒤집어쓴 물건들이 보였다. 테디는 관 안으로 손을 뻗어 엘리의 두개골을 느리게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포를 거두었다. 엘리엇이 어렸을 적 쓴 장난감, 엘리엇이 좋아하던 라디오, 엘리엇이 안고 자던 인형, 그가 덮은 이불, 그가 깔고 누웠던 이불, 그가 걸었던 카펫과 러그, 그가 아끼던 화분과 그가 의지하던 스탠드, 그가 입던 옷과 신었던 양말과 신발, 그가 사용한 모든 물건, 그리고 그의 사진, 그의 초상화, 그의 일기……. 엘리엇은 줄곧 여기 있었다. 지붕의 용마루 밑에, 가족들의 머리 위에.
“엘리…….”
테디가 바람 빠지듯 중얼거렸다. 모포를 걷어낼 때마다 쑥쑥 자란 엘리엇은 어느새 마흔한 살의 모습이 되어 마흔두 살의 시어도어 옆에 선다. 엘리는 테디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자신보다 조금 더 큰 키가 낯설었다. 묵은 먼지와 곰팡이, 어쩌면 쥐와 거미, 지네가 가득한 이곳에서 엘리엇을 끌어안자 테디가 맡을 수 있는 향은 온전히 그리운, 비 내리기 전의 눅눅한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엘리엇이 말한다.
“보고 싶었어, 형.”
♥
◆ 기본 안내사항
제목: 역할 바꾸기 놀이
장르: 고딕 호러
전체 분량: 95,068자
작업 기간: 20220502~20220524
개요: 마흔두 살의 테디 델핀은 집으로 돌아왔으나, 가족과 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상한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바깥에 있는 것들인가?
자작캐릭터 시어도어 "테디" 델핀 개인만족용 고딕호러 로그입니다. 본편을 한번에 올리기는 너무 길어서 분할해 올립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각 편마다의 후기는 밑에 ▼
4. 깊은 구렁 후기
4편에도 노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플레이 리스트가 없이 진행되는 것도? 제법? 이건 별개의 얘기지만 저는 모든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Lynyrd Skynyrd 의 Sweet Home Alabama를 듣는 걸 좋아해요. 이러나 저러나 집으로 완전히 돌아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니까 이 노래도 괜찮을라나요? 아닐 시 여러분의 선곡이 맞습니다.
처음으로... 는 아니어도 진짜 오랜만에 자작시라는 걸 써봤는데... 시는 소설보다 분명 어려운 게 맞군요... 어떻게 쓰면 좋을지 내내 고민했습니다만 가장 원하던 것과 근사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쓴 거 아님 테디가 쓴 거임 (말이라고)
'그래서 누가 악마인가?' 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러나 저러나 3편과 함께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읽어주세요!
본래 규격대로 읽고 싶으면? 포스타입에서 읽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