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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출 기관의 내부를 청소하는 일은 제법 까다롭다. 평범한 기름때 하나도 닦아내기에는 꽤 긴 시간과 강한 힘이 필요했고 종종 출처를 알 수 없는 짐승의 사체나 기이하게 꾸물거리는 물질을 떼어내고 처분하는 일은 수도 없이 이 현장에서 일 해온 그에게도 매번 낯선 작업들 중 하나였다. 내부에 이물질이 없도록 청소를 끝낸 뒤에는 잊지 말고 입구의 개폐를 확인하여 낯선 것이 침입하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우주선 내의 모든 이들의 배를 뚫고 튀어나오는 외계 생물을 초대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도로시와 웬디는 청소부 전용 전자 패널의 사출 기관 항목에 체크를 하고 다음 청소 구역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복도의 맞은편에서 회의를 끝내고 자신의 선실로 돌아가는 연구원들이며, 조종간을 다시 붙잡기 위해 바삐 뛰어나가는 조종사, 그리고 청소부들에게 유일하게 친근한 웃음을 내비치는 앨리스⎯웬디는 엔지니어와 안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했으나 도로시는 오히려 저만큼 엔지니어와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고 평가했다.⎯가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회의의 결과는 늘 그렇듯 희망적인 전망이 보이지는 않는 듯 했다. 지친 기색이 가득한 연구원들은 대충 고개를 까딱이고는 바쁘게 움직이는 데에 골몰하였으며 조종사들은 가볍게 손을 한 번 들어 올려본 뒤 뛰듯이 복도를 걸어갔다. 앨리스는 오늘 기계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 가볍게 물었고 도로시와 웬디는 가볍게 대답했다.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외계 생물 시체가 없더라고요.” 그럴 때면 앨리스는 까르르 웃으며 농담도 잘 한다고 감탄한 뒤 둘을 응원하며 자신의 자리로 바삐 떠나곤 했다. 웬디와 도로시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이 완전히 닫히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주선이 떠나가도록 웃어댔다.


 식량창고의 먼지를 모두 쓸어내고, 선원들이 아무렇게나 버려둔 포장지와 포장용기 따위들을 안아들은 웬디의 표정은 마냥 좋지 않았다. 도로시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얼른 움직이자며 턱짓하였고 둘의 걸음은 소각로로 향한다. 둘의 손길을 거치고 난 뒤의 우주선은 언제나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평소처럼.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전부 소각로 내부에 집어넣은 뒤 소각로 작동 버튼을 누르면 둘의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지구의 시간에 맞춘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소각로를 작동시켜 밤새 쌓였을 쓰레기들을 처분하고 소각로의 내부를 비운 뒤 시커먼 그을음을 닦아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웬디와 도로시는 그들에게 주어진 선실에 드러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매일 있는 평범한 일과에 대해 토론했다.


 —우주선 청소를 사람한테 맡긴다는 거 너무 비경제적이지 않아요?

 —그래도 별 수 없지. 예전에 기계한테 청소 맡겼다가 바빠서 못 씻은 남자 연구원을 접어서 소각로에 집어넣은 사건이 있었잖아.

 —하긴 그런가. 아, 기억난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프로그램을 삽입하고 나니까 그 땐 외계 생명체를 들여보내서 난리가 났었잖아요.

 —전부 죽었던가?

 —모르죠. 우주선이 돌아오질 않았으니까.


 웬디는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창고에서 몰래 챙겨온 간식의 포장을 벗겨냈다. 도로시는 전자 패널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방영하는 최신 드라마 리스트를 검색하는 중이다.


 —기계를 안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어떻게 됐었죠?

 —그 이후에도 아마 외계 생명체한테 한 번 전멸 당했을 거야. 그래서 다시 우주선에 군인을 태우자고 뭐라뭐라 소동이 있었던 것 같네.

 —우주선에 군인이라니, 말도 안 되지. 우주전쟁 낼 일 있어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자기들끼리 쏴서 죽을걸.


다시금 호탕한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럽게 웃어대느라 눈가에 눈물이 고인 웬디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낸 뒤 말을 잇는다.


 —에휴, 사람이 우주선 청소를 해서 다행이에요. 우주선 청소나 하려고 내가 그 갖은 생고생을 했나 싶긴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불만 있으면 은근슬쩍 다 죽일 수도 있다?


 농처럼 답을 붙인 도로시가 눈짓으로 선실에 설치되어있는 작은 어항을 가리킨다. 투명 유리로 이루어져 내부가 훤히 비치는 정사각형의 어항 내부에는 절반쯤 물이 차있고 그 중앙에 기기묘묘한 빛깔을 내는 우주생명체의 알이 번득번득 빛을 내고 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가지 중 084번: 청소부로 일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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